- 12월 광산아카데미 강연 개최
눈발이 흩날리고 기온은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2023. 광산아카데미의 마지막 주자 오정묵 선생의 강연 〈임을 위한 행진곡〉이 21일 열렸다. 오정묵 선생은 엄혹한 80년대의 상징이 된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으로 부르고 그것을 녹음하여 대중화 시킨 분이다.
이날 그는 20여 곡의 노래를 자신의 기타반주와 함께 부르면서 군부독재 시절의 아픈 추억을 소환하였다. 80년 518민주화운동을 전후로 하여 우리시대의 저항적 음유시인 김민기의 노래, 이름 모를 누군가에 의해 시작되었을 노동가, 시위현장에서 늘 불렀던 민중가 등을 부를 때 우리는 잠시나마 8,90년대 금남로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특히 ‘오월의 노래’에서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쁜 너의 젖가슴/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 있네..”를 듣는 내내 가슴 먹먹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정묵 선생은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통해 시대를 증언하면서 이 땅의 민주화에 헌신한 분들을 추모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담하게 피력하였다. 이날도 여기 윤상원 홀에서 자신의 노래와 강연을 통해 윤상원의 넋을 기리고 싶다고 했다. 강연 말미에서는 가수 남진의 ‘둥지’, ‘빈잔’ 등 시대를 풍미하였던 가요를 부르며 청중들의 열정적인 박수를 받았다. 이 날 강연으로 2023. 광산아카데미가 막을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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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도역사기행
2023년 12월 2일(토) 햇살이 다소 따스한 가운데 ‘함평•영광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의 주제로 ‘동고송남도역사기행’이 시작되었다. 호남가 “함평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되는 호남의 첫 일성 함평 땅에 닿자 먼저 호남의병장 심남일 장군을 기념하는 「심남일의병장기념관」을 들렀다. 일행은 곧 대한민국 임시정부 전라도 대표를 지내며 평생을 임시정부와 함께 한 독립운동가 김철 선생을 기리는 「김철선생기념관」을 찾았다. 오후가 되자 영광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곳에 서 있는 「칠산타워」에 올랐다. 근처 백수도로변에 위치한 「정유재란 열부순절지」에는 동래•진주 정씨 문중 부녀자들의 순절을 기리는 비각이 서 있었다. 답사객은 「불갑사」를 찾아 사찰 경내를 둘러보다 만세루 마루에 앉아 괘불과 단청, 불교건축 등 여러 해설을 경청했다. 광주로 오는 길에 5•18 민중항쟁의 불꽃을 일으킨 박관현 열사 동상에 찾아 그 뜻을 새기며 참배하며 뜻깊은 답사를 마무리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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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송이사 워크숍
동고송 이사 워크숍이 2023년 12월 15(금)~16(토)일정으로 '진도솔비치리조트'에서 열렸다. 유용상 이사장을 비롯, 동고송서울의 이규 부이사장 등 14인의 이사가 참석하여 2023년 동고송 인문사업과 의향사업활동에 대한 보고와 평가, 2024년 사업방향 제시 등 열기 가득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올해 두드러진 인문사업으로 먼저 1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광산아카데미 사업과 남도역사기행, 유럽인문기행과 인문철학대안학교인 지혜학교 지원, 동고송 인문공부교실과 인문도서 출간에 대한 성과를 보고하고 각 사업의 평가를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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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송 공부모임 소식
〈동양고전반〉
2023년 한 해 동안 50여 편의 「중국고전문학작품」을 공부한 <동고송동양고전반>이
12월 28일(목) 2학기 수료식을 가졌다. 함께 공부한 동학(同學)들은 월 2회 목요일 저녁 2시간씩 꾸준히 『구소수간』 편지글과 당송팔대가의 명문들을 익히며 눈부신 글로 승화한 문인들의 생애와 작품을 살폈다. 한유의 「사설」,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 구양수의 「추성부」, 소순의 「목가산기」, 소철의 「황주쾌재정기」, 왕안석의 「독맹상군전」, 주돈이의 「애련설」, 제갈량의 「출사표」 등 옛 선인들이 일상에서 길어올린 삶의 의미들이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뜻깊게 읽혔다. 2024년 동고송 동양고전반은 1월부터 중국고전문학작품 위주로 강의가 계속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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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반〉
2023년 1월부터 쉼 없이 진행해온 노자반의 수업이 지난 12.22(금) 종강식을 가졌다. 〈노자반〉은 동고송 이사 김용표 선생의 저서 《노자의 역설》을 텍스트로 하여 월 2회 격주 금요일마다 동고송 사무실에서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면서 공부하였다. 접근하기 어려운 한문 경전의 의미를 현대인의 삶과 정신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면서 노자 도덕경 81장 전체를 완독하였다.
노자 도덕경은 ‘순환과 평형’, ‘비움과 낮춤’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우리의 삶에 적용하도록 권유하는 철학서로서 서구인에게 가장 많이 읽혀진 동양 고전이라고 한다. 노자의 언어를 역설적 원리로 설명하는 〈노자반〉 수업은 내년에는 20강 정도로 압축하여 동고송 회원 및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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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황광우의 산책
한 스님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우한 운명을 갖고 태어난 스님. 1941년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는 아이의 곁을 떠났다. 1945년 해방이 되어서야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내 아버지는 미 군정청의 경찰에게 쫒기는 몸이 되었고, 1946년 가을 북으로 피신했다. 박병삼, 우리는 그를 원경 스님이라 부른다.
한 혁명가가 있었다. 1926년 6.10만세운동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투옥되었다. 20대 청년에 독립투쟁에 뛰어 들어 1945년 해방이 되는 날까지 12년을 감옥에서 젊음을 보낸 이. 해방 후 미 군정청의 경찰에 쫒기는 몸이 되어 북으로 피신했다. 과묵한 사람, 온화한 혁명가였건만 북에서 편안하지 못했다. 차라리 싸우다 죽겠다고 남으로 내려 왔다. 여순 항쟁의 패잔병을 이끌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체 게바라, 역사는 그 이름을 이현상이라 전한다.
소년 박병삼이 이현상을 만난 것은 1951년이었다. 소년은 이현상을 ‘아저씨’라고 불렀다. 소년은 동굴에서 이현상과 함께 잠을 자고, 이현상과 함께 밥을 먹었다. 이현상의 손을 잡고 지리산 골짝을 뛰어다녔다. 박병삼은 11세 나이에 산사람이 되었다. 최연소의 빨치산 소년
호적도 주민등록증도 없이, 원경 스님은 이 산 저 산 스님이 되어 떠돌며 살다가 2021년 한 많은 삶을 마감하였다. 2023년 12월 손호철 교수가 원경 스님의 기구한 삶을 적었다. 책『한 스님』의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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