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개월 동안 우리가 함께 본 것은 무엇일까? 현재의 입시제도와 학교 운영, 교육과정 전반이 상위 10%의 이해를 철저히 반영한다는 것 아니었을까? 정시와 수시 비율,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며, 모든 국민이 다양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듯하지만 실상 상위 10%의 이해를 대변하는 빅마우스들 논의에 놀아나는 것 같다.
공정한 입시제도를 만들고 그 관리를 철저히 한 결과는 공정할까? 정의로울까? 사실 공정한 입시제도란 없다. 서울대가 2018년 27%였던 정시모집 비중을 50%로 늘렸다면 강남 3구 출신 합격자가 현재의 두 배가량 늘어났을 것이라는 검토 결과도 있었다. 경제력, 정보력, 문화자본의 현격한 차이를 전제한 출발점은 쫓아갈 수 없는 간격이다. 제도를 철저히 관리하면 할수록 간격은 더 벌어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그래서 결과의 공정을 위해서는 역차별이 필요하다. 더구나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으며, 혹여 정책 결정에도 관여하는 것인지 의심되는 사교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공교육은 철저히 90%의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많은 고등학생이 낮에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밤에 활동을 시작한다. 일부는 학원에서 힘을 빼고, 또 PC방이나 길거리를 서성이느라, 그리고 일부는 알바를 뛰느라 힘들다. 학교는 친구를 만나고, 부모와의 타협을 위해 졸업장을 따는 곳이 되었다. 이제 10%의 학생만을 위한 입시제도 타령은 멈춰야 한다. 공교육은 다수의 학생에게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입시를 위한 교육과정에 학생들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육과정이 학생들 내면의 힘을 키우는 데 맞춰져야 한다. 그들의 성장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단계에 맞게 기획하며 자극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
오히려 지금이 입시의 덫에서 벗어나 교육을 바꿀 기회다.
좋은 입시제도, 공정한 입시제도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공정한 역차별, 공교육을 준비할 때다. 알파고의 충격을 잊지 말고,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갈 힘으로 내면의 힘을 키우고,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할 힘을 갖추도록 우리 교육이 도와야 한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는 학교와 교육 활동에 주목하고, 힘을 보태자.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 도움이 되는 입시나 제도 개혁만 하자.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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