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황광우의 산책》 사진 속으로 걸어가다
형님을 뵈러 갔다가 부처님 좌상 아래 가족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이 아닌가?
양복을 입고 서 있는 분은 나의 작은아버지이다. 평생 고마도에서 김을 뜯으며 사셨던, 정이 많고 온유한 분이었다. 한복을 입고 가운데 앉아 있는 분은 작은어머니이다. 섬으로 시집와서 평생 고생만 하셨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 1959년에 큰아들을 얻었으니, 이 사진은 1958년 어느 즈음 두 분이 혼례를 올리고 찍은 결혼 기념사진인 듯하다.
작은어머니 오른쪽에 앉아 있는, 가르매 머리를 한 분이 나의 어머니이다. 이렇게 젊고 점잖은 정갈한 어머니의 초상을 나는 지금껏 보지 못하였다. 대체 이 사진은 어디에 있었길래 이제야 나타나는가?
나는 1958년 8월 7일 태어났다. 가만히 살펴보면 어머니는 출산한 여인의 몸매가 아니다. 또 출산을 앞둔 만삭의 몸매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58년 1월 어느 즈음에 찍은 사진이 아닐까?
나는 내일 동네 사진점에 갈 것이다. 예쁘게 다듬어 환생한 어머니를 품에 간직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