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광우의 산책
지난 6월 20일 광산아카데미에서 정지아 작가의 강연을 들은 후, 나는 정지아의 아버지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등장하는 정지아의 아버지는 70년 전 과거의 생각을 버리지 못한 분, 젊은 시절 받아들인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분, 유물론과 사회주의의 교조에 갇혀 사는 분으로 묘사되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소설 속의 아버지와 달리 현실의 아버지는 인정이 많은 분, 사익을 희생하며 공동체의 선을 위해 땀을 흘리신 분, 어린아이들을 예뻐하신 분, 특히나 코를 줄줄 흘리고 다니는 가난한 집의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보아 주신 분이었다고 작가는 회고하였다.
“그럼, 그렇지. 아무나 입산을 하나?”
빨치산에게 가장 힘든 시련의 시기는 겨울이다. 겨울이 오면 나무는 발가벗고 빨치산은 숨을 데가 없다. 겨울이 오면 눈이 오고, 눈이 내리면 이동이 힘들어진다. 발싸개가 눈에 젖고, 씻지도 못하고 잠을 자면 찾아오는 것은 동상이다. 겨울이 오면 토벌대의 동기 공세가 시작된다. 빨치산들은 생쌀을 씹으며 행군을 하였고, 굶주림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 정관호 선생은 『남도빨치산』이라는 책에서 정운창 씨에 대해 이런 기록을 남겼다.
“정준하가 봉두산 조직부 분트를 맡게 된 것은 그의 빼어난 자질 때문이었다. 그는 상부에 대해 서슴없이 직언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일단 내려진 결정에 대해서는 충직하고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는 산하 일꾼들의 아픈 데를 긁어주는 자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는 자신이 못하는 일을 아래 일꾼들에게 시키지 않았다.”
『남도빨치산』 6권, 46쪽
* 정준하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정지아의 아버지 정운창이다. |